
AI FOMO로 조급한 마음에게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것은 의미였다.
AI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점심쯤엔 누군가 그걸로 회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올라온다. Claude 디자인이 출시된 바로 다음 날 Figma 주가가 흔들렸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오늘 아침에는 “노숙자가 AI로 1조 가치 회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읽는 순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긴장이 가슴 한쪽을 조용히 조여왔다.
쓰레드를 켜도, 인스타그램을 열어도, 전부 AI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미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방향을 찾았고, 누군가는 미래를 확신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스크롤만 내린다. 점점 더 빠르게, 점점 더 조급하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낯선 변화에 처음 놓인 세대는 아니다. 90년생인 우리는 이미 몇 번이나 세상이 바뀌는 순간을 통과해왔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게 신기하던 시절이 있었고, 스마트폰이 나오고, 아이폰이 나오고, 어느 순간 쿠팡 없이는 집안이 안 굴러가고, 배민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그 모든 변화를 목격하며 변화에 환호하고, 신기해하다가 그 혁신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번에는 감탄보다 먼저, 본능이 반응한다. 이건 올라타야 한다는 감각, 이건 놓치면 안 된다는 직감이 먼저 몸을 움직인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다. 이건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땅따먹기 게임 같은 느낌이다. 누가 먼저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갈릴 것만 같은 압박감. 인터넷이 왔을 때, 아이폰이 나왔을 때, 플랫폼이 세상을 바꿀 때, 나는 또 남들의 성공을 구경만 하는 구경꾼이 되고 말 것 같은 불길함.
그래서 이 AI가 세상을 뒤집어 놓기 시작한 지금, 마음은 자꾸 더 다급해진다. 더 빨리 이해해야 할 것 같고, 더 빨리 올라타야 할 것 같고, 무엇이든 해야만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마음을 밀어붙인다. 그러다 우연히 Ray Kurzweil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상하게도 영상의 끝에 남긴 그의 결론이 오래 가슴에 남았다.
해야할 일이다
"내 직업이 사라질 것을 인정하고 AI에 올라타야한다.
도구가 하는 일을 사람이 배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기들에게 뭘 가르쳐야하는가?
건축가가 되는 법을 가르쳐야한다
지금까진 우리가 직접 벽돌을 날라야했다면
이제 벽돌은 AI가 쌓는다 훨씬 빠르고 튼튼하게
하지만 어떤 집을 지을것인가
왜 그 집이 필요한가 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답은 AI가 0.1초만에 내놓는다
중요한건 AI에게 던질 위대한 질문을 찾는것이다
나의 열정이 어디를 향하는지 정의하고
AI라는 천재적인 조수들에게 목적을 부여하는 능력
그게 미래의 인류가 가져야할 유일한 생존 능력이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왜 이렇게 조급했는지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 “무엇을 만들어야 하지?”,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하지?”라는 질문만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클로드 코드로, 다양한 AI 툴로, 며칠이면 하나의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그걸 왜 만드는가, 정말 내가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단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가. 예전에는 능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았고, 그래서 방향을 고민하기 전에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엉뚱한 곳에 멀리 가버릴 수 있다. 그때는 할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지금은 모든 걸 할 수 있어서 더 혼란스럽다. 무기가 없던 시절보다, 무기가 넘치는 지금이 더 어렵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AI가 우리의 일을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게 될까. 넘쳐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게 될까. 결국 중요한 것은 다시 개인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다.
AI에게 위임할 수 없는 영역,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감각,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만 만들어진 기준, 그것을 찾는 일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클로드로 어떤 서비스든 만들 수 있는 지금, 나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나는 왜 그것을 만들 것인가를 더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더 솔직하게 물어야 한다. 나는 정말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뒤처지기 싫어서 만드는가. 나는 무엇에 끌리는가, 나는 어떤 의미를 선택하며 살고 싶은가. 결국 남는 건 하나의 질문뿐이다. 이 천재적인 도구들 앞에서, 나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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